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의 중요성

대호기계 서울사무소 김상일 과장

DAEHO_김상일 1970년대 고도 성장시기를 거치면서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회사의 자랑거리일 때가 있었다. 작업환경이나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의식은 제품의 빠른 생산이라는 사명에 가려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생산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할 경우 늦게라도 회사가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고를 당한 당사자의 부주의를 탓하던 시절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교육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규정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 되었다. 현장에서사용되고 있는 장비들을 생산하는 업체들 역시 고객이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 최대한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의 위험 부분에는 적외선 센서를 비롯한 다양한 안전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최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도원에서 안전검사대상 사업장 교육에 초청장의를 진행한 대호기계 서울사무소 김상일 과장을 통해 재단기의 안전한 사용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 생산되고 있는 장비(기계)의 현주소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들 역시 고객이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 최대한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의 위험 부분에는 적외선 센서를 비롯한 다양한 안전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안전 장치를 완벽하게 갖춘 업체의 제품에는 안전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S마크로 통합 관리되던 체계를 나누어 일반적인 제품보다 더욱 안전에 주의해야 할 제품군에 대해서는 S마크보다 한층 더 강화된 기준의 테스트를 통해 KC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재단기 역시 일반적인 제품과 구별되어 KC마크를 반드시 발급 받아야 하는 제품으로 분류되었고, 제품의 사이즈나 사양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또 사용되는 재단기에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장치들이 장착되어 생산되고 있다. 인쇄관련 생산설비 중 거의 유일하게 수입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독일, 일본에 이어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의 재단기 생산업체들 역시 재단기 생산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아무리 안전장치가 잘 갖춰져 있더라도 항상 갑작스러운 주문과 납기일자에 쫓기는 우리나라의 인쇄업계의 현실은 이러한 안전 장치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곤 한다. 마치 80년대에 자동차에 있는 안전밸트가 몸을 옥죄는 불편한 도구로 인식되던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현재 사용되고 있는 종이 재단기

정식 명칭은 ‘종이 전단기’이지만, 인쇄업계에서는 흔히들 ‘재단기’라고 부른다. 실제로 종이 뿐만 아니라 PS판, 천, 가죽, 심지어 무늬목을 자를때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재단기’란 용어 앞에 ‘종이’를 붙이는 것도 무의미하다. 재단기는 유압 및 기계적인 힘을 사용하여 많은 재단물을 필요한 규격으로 자르는 기계’를 뜻한다. 재단기는 이런 용어정리가 아니더라도 인쇄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재단기는 이러이러한 기계다’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업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 재단기의 부분별 명칭DAEHO_780

재단기는 크게 본체와 테이블(정반)로 구분 된다. 본체는 종이를 잡아주는 클램프(승강)와 종이를 자르는 칼을 구동시키는 부분이며, 일반적으로 전기부품, 디스플레이 판넬, 그리고 구동계통의 부품, 유압탱크 및 모터, 클러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테이블은 재단물을 이송해 주는 부분이며, 이송을 담당하는 백게이지(서래, 혹은 병풍)의 구동부 및 재단작업을 실행하는 양수버튼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업체별로 위치나 구조에 있어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재단기는 칼 작동원리의 차이를 제외하곤 거의 동일한 구조로 이루어 져 있다.

재단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재단기의 기계적 구동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무거운 중량물을 내렸다 올리는 과정에서 칼의 위치 값 편차가 0.01mm이내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또 멈추게 하는 정밀도를 확보하는 기술은 정밀 공작기계와 같다.

♦ 재단기의 기본 재단 원리

재단을 할 종이를 테이블에 놓고 백게이지를 사용하여 정확한 재단 치수를 조정한다. 백게이지는 서보모터와 볼스크류의 작동으로 재단기의 앞뒤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종이를 뒤에서 지지해 준다. 백게이지로 뒤를 받쳐진 종이는 클램프가 눌러주며, 클램프가 적절한 압력으로 눌렀을 때 재단칼이 작동한다.

손으로 종이를 자를 때 한 손으로 종이를 눌러 고정 시키고, 다른 한 손으로 칼을 그어 종이를 자르는 것에 비유한다면 칼 구동부와 클램프 구동부는 각각 오른손과 왼손에 해당 한다고 볼 수 있다.

♦ 시대별 재단기 안전사고

과거 수동 재단기 시절에는 재단사 이외에 클램프를 수동으로 올렸다 내리는 보조 작업자가 있었다. 칼을 작동 시키는 사람과 클램프를 작동시키는 사람이 따로 있다 보니, 두 작업자 간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이후 기계식 클러치를 사용한 스프링식 자동 재단기가 보급되면서 재단기를 작동하는 기본 인력이 한 명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재단기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빈도도 낮아지기 시작했다.하지만 기계식 클러치는 일단 잠깐이라도 재단스위치를 누르게 되면 무조건 칼이 재단목 높이까지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광전자식 안전센서가 있더라도 사고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단기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어든 계기는 전자클러치의 사용이었다. 전자클러치는 클러치에 전기가 흐르는 동안 칼이 작동되기 때문에 갑작스런 상황에서 칼을 더 이상 내려오지 않도록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연동하는 다양한 안전 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적 진보를 통해 재단기 자체의 안전 장치들은 거의 대부분의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기계를 사용하는 사용자들 중 일부는 자신을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 및 방호장치를 끄거나 임의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현재까지도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 재단기 안전사고의 종류와 유형

재단기를 사용함에 있어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거의 대부분이 기계 구동부위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구동부위라 함은 위에서 언급했던 칼 구동부, 클램프 구동부, 백게이지 구동부를 말한다. 최근에는 국내 재단기 안전사고율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사고를 유형별로 구분하자면 백게이지 구동부와 클램프 구동부에서는 압착사고가 주로 발생하며, 칼 구동부의 경우에는 베이는 사고, 혹은 절단 사고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재단기 기계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압착 및 절단 사고는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장기간으로 재단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재단물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작업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 절단 사고 및 베이는 사고
재단기는 말 그대로 재단물을 자르는 장비이기 때문에 사용 중 방심 할 경우 절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절단 사고의 경우 거의 대부분 재단칼날에 의해 발생한다. 현재의 재단기의 경우 앙수버튼 및 광전자식 안전센서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절단 사고는 예방이 되어진다. 하지만 칼이 멈춰있는 상황, 혹은 칼을 교환하는 상황에서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칼에 베이는 사고에 대해서는 작업자의 주의를 요한다.

2) 압착사고
신체의 일부가 눌려지는 압착사고는 종이를 눌러주는 클램프와 종이를 밀어주는 백게이지 구동부에서 발생한다. 압착사고의 경우에도 절단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장치를 정상적으로 사용한다면 거의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참고로 재단기의 클램프는 기종에 따라 최대 4톤 이상의 힘으로 종이를 누를 수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재단기를 안전검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3) 근골격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은 재단기 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아닌 재단 작업을 통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재단 작업은 팔레트나 대차에 놓여있는 재단물을 재단기로 들어올려 재단을 하고, 재단된 제품을 다음공정으로 이송하거나, 옆에 있는 팔레트에 쌓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작업이 반복될 경우 작업자의 요추에 무리가 오게 된다. 재단 작업의 근격계 질환의 경우 재단 주변장비의 사용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 재단기의 안전장치 및 사고예방

재단기의 안전장치는 크게 양수버튼과 광전자식 안전센서, 그리고 안전가드 등으로 구분된다.

1) 양수버튼
전세계에 있는 모든 종이 재단기에서 공통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바로 양수버튼이다. 양수버튼의 원리는 간단한데, 한 손이 아닌 양손을 사용해 스위치를 눌러야만 재단이 가능하도록 하여 칼이나 클램프가 내려올 때 구동부위에서 작업자의 손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큰 효과를 내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으며, 양수버튼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절단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양수버튼의 사용이 국내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재단기를 사용하는 업체를 방문해 보면 젊은 재단사들을 중심으로 양수버튼을 사용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업체들은 빠른 생산성을 이유로 양수버튼 대신 한쪽 발을 사용하는 발판스위치를 임의로 장착하여 사용하고 있다.

임의로 발판스위치를 장착하여 사용하는 경우 발조작으로 칼을 작동하고, 이로인해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재단물을 잡게 되는데, 이때 재단물을 잡고 있는 손은 광전자식 안전센서에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발판스위치를 사용하는 곳은 거의 대부분 광전자식 안전센서까지 끄고 사용한다.
발판스위치를 사용하여 위험하지만 빠르게 재단작업을 진행하는 것과, 작업자가 보다 안전하게 작업을 할수 있도록 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2) 광전자식 안전센서DAEHO_광전자안선센서-툴리스럿셀_작업장
광전자식 안전센서 역시 거의 대다수의 재단기에 부착되어 있다. 작게는 1구짜리부터 많게는 32구까지 달려 있으며, 양쪽에 있는 센서 사이에 신체나 이물질이 들어올 경우 자동으로 재단공정이 정지되는 장치가 바로 광전자식 안전센서다. 재단기는 구조상 재단된 물체가 앞으로 나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전자식 안전센서의 높이는 최대 적지고보다 높게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일부 작업자들은 센서 아래로 손을 집어 넣어 재단물을 잡기도 하는데, 아무리 안전장치가 잘 설치되어 있어도, 인위적으로 안전 장치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경우를 막을 수는 없다.

3) 안전가드
재단기의 후면부는 기계 점검 시를 제외하곤 작업자나 점검자가 가까이 가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후면부는 대부분 안전가드를 설치하여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한다. 클램프와 본체 사이의 틈으로 신체 및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클램프 덮개, 그리고 백게이지의 이송 시 발생할 수 있는 압착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계 후면부의 테이블 전체를 덮는 안전가드가 설치된다.

4) 주변장치를 통한 작업자 안전확보
재단기 자체의 안전 장치 이외에도 재단기 주변장비의 사용을 통해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종이 리프트, 그리고 종이 적재기가 있는데, 둘 다 재단할 종이 및 재단한 종이를 작업자가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안전하게 상하로 이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작업 시 발생하는 작업자의 요추질환을 방지 할 수 있으며, 적은 인력으로도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 재단기의 안전장치 및 사고예방

날카로운 칼로 종이를 자르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기는 그 구조가 프랑스 혁명 때 사용했던 단두대와 비슷하여 유럽에서는 ‘길로틴(guillotine)’이라고 불린다. 좀 섬뜻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이지만, 그만큼 사용함에 있어 주의를 요하는 기계인 것이다. 과거 재단 작업에서 발생했던 압착 및 절단 사고는 최근 들어 재단기 자체에 부착되어 있는 여러 안전장치들로 인해 발생 빈도가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안전장치가 부착되어 있더라도 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 스스로가 안전에 소흘 하다면 안전사고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할 여지가 있다.

자동차회사에서 차량에 안전벨트를 장착한 시점에서 수십 년이 지나서야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게 된 것처럼 사회적인 제도나 제품의 변화를 통해 사용자의 안전의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들게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작업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이상 재단기의 안전한 사용은 종전에 비해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겠지만, 이는 작업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나 장치는 예전에 비해 분명 보다 안전한 재단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진보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사용자 스스로의 의식 개혁일 것이다.

DAEHO_자동재단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