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gArrived at Dusseldorf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인쇄 전시회, 가장 많은 업체가 참가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참관객을 불러모으는 전시회. 그리고 무려 보름 동안 쉬는 날 없이 진행되는 전시회가 있다. 참가한 업체에서는 장기간 동안 부스에서 고객을 맞이하느라 체력이 고갈 되고, 참관객들은 너무나 드넓고, 다양한 제품들을 돌아보느라 체력이 고갈되는 세계 최대규모의 인쇄전시회, 인쇄의 올림픽이라 부르는 독일 drupa 전시회다. 그리고 난 이곳에 있다.

대호기계는 2004년, 2008년에 이어 drupa에 기계를 전시한다. 개관일 전 까지 부스에 5대의 기계를 설치하고, 전기를 연결 한 뒤 최상의 기계 상태를 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써서 세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또 보기 좋게 광도 내야 하기에 전시회가 시작하기 이틀 전에 미리 뒤셀도르프에 도착 했다.

2012년 5월 3일 오전 10시…

drupa 공식 주제가와 함께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입장권을 가슴에 단 참관객 들이 하나 둘 몰리기 시작한다.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 넓은 뒤셀도르프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찾아오는 해외 딜러들과 실 사용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우리 기계의 성능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또 고객으로부터 그 나라의 인쇄산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객들을 맞이 하다 보면 6시가 되고, 부스를 정리한다. 그리고 만원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기기를 반복한다.

심하게 넓은 전시장을 걸어 다녀야 하고, 무료 입장권도 없고, 관람료도 턱없이 비쌀뿐더러, 전시회 기간 중 살인적인 숙박비를 호텔 주인에게 바칠지언정 한국, 중국, 하다 못해 아프리카에서도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참관객들은 굳이 전세계를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머무는 몇 일 동안 전세계에서 개발된 다양한 장비들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장비들의 변화를 통해 인쇄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 갈 것인지 예상 할 수 있다. 반대로 전시업체의 경우에도 세계 곳곳에서 영업하는 딜러들과 사용자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영국이나 일본에서 열려오던 국제전시회의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drupa에 몰려 들게 된다.

디지털 인쇄

디지털 시장에서의 HP라는 브랜드는 이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지금까지의 drupa라는 무대에서 하이델베르그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750mm 포멧의 인쇄가 가능한 인디고 10000을 내세운 HP가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했다. 아무리 시간이 없는 참관객 일지라도 꼭 HP부스에는 발도장을 찍는다. KBA와 KOMORI등의 기존의 옵셋 인쇄기 업체들도 디지털 장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인디고를 처음 개발했던 ‘베니 란다’가 새롭게 내어놓은 Landa의 화려한 등장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계 전면부에 초대형 아이패드를 붙인듯한 모습의 Landa는 나노그라피 인쇄방식을 통해 적은 양의 잉크로 보다 선명한 인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양산품은 내년 하반기부터 판매가 될 예정이기에 아직까지 호불호를 말하기는 성급한 듯 하지만, 이번 drupa를 통해 홍보 효과는 톡톡히 누린 듯 하다.

디지털 인쇄기의 경우 그 동안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생산 코스트 절감과 인쇄 속도의 개선이 whrmaTlr 이루어 지고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인쇄기는 보다 큰 용지에 인쇄를 할 수 있게 발전되었고, 기존의 매엽 인쇄장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롤 인쇄 장비(web printer)가 선보였다. 2016년 drupa에서는 또 어떤 변화를 보여 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drupa2012-1
drupa 2012 후가공 장비의 변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때론 소비자의 요구를 미리 예측하여 인쇄기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또 진보 내 간다. 그와 함께 인쇄물을 가공하여 책이나 브로셔 등의 완제품으로 만들어내는 후가공 장비 역시 그 흐름에 따라 변화 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후가공 제품이 등장하는 이변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후가공 장비 시장이 지난 전시회와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번째는 디지털 인쇄에 적합한 소형 장비의 다양화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업체들의 출연이다.

디지털 인쇄용 후가공 장비
기존의 옵셋 인쇄시장에서는 대량의 제품을 빨리 소화해 내는 대형 후가공 장비가 메인이었다면, 디지털 인쇄시장에서는 작은 공간에서 인쇄 후 완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디지털 인쇄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소형 제품들이 종전에 비해 많이 눈에 띄었다. 전시업체의 이러한 변화와 함께 참관객들의 관심도 이러한 소형 제품에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대호기계 부스에서도 기존의 대형 재단기 보다 디지털 인쇄기에 적합한 780mm 포멧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중국업체들의 출연
사실 2008년에도 중국 업체들은 drupa에 참가를 했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 업체를 찾는 것은 한국 업체를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서 일본과 한국이 각각 38개, 28개 업체가 참가 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280개의 중국 업체가 제품을 출품했다. 635개 업체가 참가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다. 물론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은 후가공 장비 쪽에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으나,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재단기 부분에서도 4개의 중국 업체가 제품을 전시 했는데, 이는 경기침체에 심각한 엔고의 여파로 인해 단 한대의 재단기도 출품하지 못한 일본과는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방심하다가는 2016년에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쇄 장비 시장에서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쓰나미 처럼 몰려 오고 있다.

2012년 5월 16일 저녁 6시drink

부스를 철거하고 기계를 다시 포장을 한다. 시작할 때만 해도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던 화려한 축제는 막을 내렸다. 막연히 생각해 보면 drupa는 쓸데없이 긴 일정으로 진행되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판매된 기계를 포장하며 지난 14일을 하나씩 돌이켜 보니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drupa는 전시를 통해 홍보를 하는 기본적인 전시회의 목적 이외에 전 세계의 딜러들을 만나고 상담하고, 새로운 판로를 확보 할 수 있는, 4년에 찾아오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었다.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혹은 뒤셀도르프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며, 맥주를 한잔 기울이며 생산자와 판매자와의 유대감을 형성 하기에는 14일이란 시간도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좋은 성과, 그리고 또 아쉬운 그 무언가를 마음에 품고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나는 그리운 이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2016년 6월을 기약한다.

[인쇄계2015.06] 나의 DRUPA 2012 참관기